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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에도 사계절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para 선배 덕에.
그녀의 말이 공기처럼 매끄럽게 흡수되어 정말 내가 한순간에 변한다면 그건 마술이지만.
봄 같은 설렘은 나만 실컷 느끼고 바로 타오르는 여름만 보여주니 내 관계가 가을로 가 익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봄이 생략된 여름은 당황스럽기도 할 테지.
헤픈 개나리 말고 수줍고 조심스러운 진달래가 되어야 할 텐데.
길가에 피지 말고 보물처럼 산 속 여기저기 몰래 몰래 피어야 할 텐데.
가을로 가지 못한 지가...
독하고 느려터진 년!
나를 강요하는 건 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제게 남은 흔적은 상대의 흔적이지만 그 상대의 형체와 꼭 같지는 않다.
그러니 그걸 그 상대가 채워줄 수는 없지.
맞지도 않겠지.
다른 상대가 더더욱 안 맞을 수도 있겠지만, 어차피 그건 상대의 노력과는 무관한 일이 돼 버린 걸.
흔적의 형체와 크기는 내가 만든 거니까.
쓸데 없이 여기저기 깊이 패이지 말고 그냥 어우렁더우렁 쓸려오면 받아들이고 쓸려가면 회자정리려니 하고
그러다 또 오면 반갑고 다시 못 보면 바닷물에 얼굴 폭 담그고 짠물 한 번 흘려보내고.
그래야 하는데 난 왜 이렇게 배가 고픈지.
hung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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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유롭지만 갇히길 원하죠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