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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10. 6 삼성동 식당가
버스를 타려고 코엑스 쪽으로 향하던 길이었다.
어깨쯤에서 모자 하나가 스치고 지나갔다.
'스머프'나 '백설공주'에서 금방 튀어나온 듯한, 단신인데다 허리까지 구부리고 뛰듯이 걷고 있는 아저씨.
등에는 혹처럼 거대한 짐을 저리 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내게는 십자가를 진 예수처럼 보였다. 모른 척하고 지나가다가 뒤를 돌아 쫓아갔다.
아저씨는 고깃집에 들어가 입구에 있는 카운터의 아줌마와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주고받았다 할 것도 없었다. 내쪽에서는 아줌마 얼굴만 보였는데, 아줌마는 아저씨를 제대로 쳐다보지도 않았으니까. 아저씨는 허리를 펴지 못한 채 아줌마를 향해 뭐라고 얘기를 하는 모양이었다.
결국은 판매에 실패하고 그 거대한 짐을 지고 되돌아나왔다.
그렇게 세 개의 식당을 되돌아나오는 모습을 보고 나도 뒤돌아섰다. 더는 보고 있기가 그랬다.
어쩌자고 저 많은 수세미들을 지고 나왔을까. 누군가 저 중에 하나라도 골라줄까봐?
'아저씨, 그렇게 몸을 괴롭히면 마음은 좀 가벼워지나요? 정말 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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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예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