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건 정말이지 무덤까지 갖고 갈 비밀이었는데...
비밀은 비밀다워야 비밀인데
오늘 문득 비밀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이렇게 자판을 두드리네요.
그러니까 4년 전에 만난 그 남자는 말이죠, 철저하게 제게 이용당한 거예요.
저는 그를 사랑한 척 연기를 했어요. 속더군요.
제게 연기력이 있다는 걸 그는 몰랐어요.
겉만 보기는 참 쉽고 그는 쉬운 걸 좋아했어요.
아이를 가졌을 때 저는 그에게 헤어지자 말했어요.
아주 정래미가 똑 떨어지는 말 몇 마디에 그는 똑 떨어져나갔죠.
위악을 떠는 건 참 쉬워요. 거름망 하나 제거하면 되니까.
실망도 조금 했죠.
겨우 그 몇 마디에 떨어져나갈 놈인 걸 예상했지만
예상과 현실이 너무 잘 맞아서 한숨 나올 때 있잖아요.
여튼 저는 아이를 낳았지만 일도 해야했어요.
할 줄 아는 일이 없어 글로 구라치기로 했어요.
입으로 몸으로 구라치면 사기꾼이지만 글로 구라치면 기자님이라고도 불리고 월급도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할 수 없이 태태(아이 이름)랑 떨어져 살 수 밖에 없었어요.
우리 가족들도 태태의 존재를 모르기 때문에 제삼자에게 맡겨야만 했어요.
전국지도를 펼쳐놓고 어느 지역에서 자라게 할까 살펴보는데 '양산'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와버렸어요.
아, 양산. 아직 태태에게 세상은 너무 뜨거운 햇빛 같을 텐데 양산에는 좋은 그늘이 있겠다 싶었죠.
마침 양산에 친구가 있어요.
그녀에게 맡기고 전 1년에 한번씩만 만나요.
그그저께 태태를 만나고 돌아왔어요.
저를 이모라고 부르더군요.
어찌나 마음이 쓰라린지.
피가 땡기는지 저를 잘 따라요.
보험도 아닌데 태태를 보면 마음이 든든해져요.
아 또 내년에나 태태를 안을 수 있겠군요.
나중에 저를 원망하면 어쩌죠?
|
|
"니가 이효리보다 잘 생깄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