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천이 문제다
낮게 포복하던 냄새들이
안개를 타고 피어오르고
분수가 하수굿물을 꽃으로 피어올려
걷잡을 수 없는 냄새 사태를 만들고
거대한 공사장과 불투명 코발트빛 천변 사이에
산책로는 다 무슨 소용인지
서래마을 초입의 짧은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있는 게 문제다
횡단보로를 건너오던 퀵서비스 오토바이와
우회전하던 이사용달의 거리는 10cm?
생명의 위협을 느꼈던 두 사람은
이런 대화를 나누었어야 옳다
"괜찮으십니까?"
"네, 놀라셨겠습니다. 제가 서두르지 말았어야 했는데...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죄송하죠. 안개가 심하니 운전 조심합시다."
가끔은 비상식이 상식적이라 놀라지도 않는다.
"야, 이 씨발놈아. 내려, 이 개새끼야."
(씨발놈과 개새끼 중 그가 더 큰 비중을 둔 건 어느 쪽일까)
이사 용달은 대꾸하지 않고 차를 쿨럭거리는 기술로
'들이받아거리겠다'는 말을 대신하는 은유를 선보였다.
"나는 파란불에 건넜어. 이 새끼야."
"넌 파란불에도 건너면 안 돼. 이 등신새끼야."
"이 그지 같은 새끼가. 꺼져. 이 개~새끼야"
고상한 대화는 오래 지속되었고
신속 정확 배달이라는 과업은 안개에 젖었다.
이사용달이 떠나고 세 대의 차량이 지나가고
태연한 경찰차가 하품하며 뒤따랐다.
강남성모병원의 응급병동은 문제다
생과 사에 양다리를 걸쳐
사지는 살아움직이고 눈은 죽어버린 사람들이 산다
목에 뚫린 구멍으로 뭔가를 끊임 없이 뽑아내는 소리는
아예 외워버렸다
안 먹던 자판기커피라도 마시러 내려간 대합실
전쟁이라도 난 걸까
안개가 아니라 화염이 남긴 연기 자욱이었나
아니다 문제는 안개다 안개 때문이다
낮게 숨어있다 물기를 머금고 사뿐히 대기로 날아올라
처음 가동되는 심장처럼 원활하게 독을 뿜어
약삭빠르게 혈관을 채우는
간첩 같은 안개
깊은 안개 뒤에 이순신장군동상처럼 확연히 서 있는 형상
왜 달렸을까 자빠질 걸 알면서
자빠진 내 목덜미에 그가 시침핀을 꽂아서
자빠진 채로 꿈쩍도 못한다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안개 때문이다
안개만 없었다면 모른 체
모른 채로도 살 수 있었을 텐데
해와 부딪히면 비열하게 꼬리도 없이 사라지는 안개
Warnning!
안개가 펼쳐지면 악몽이 펼쳐진다
눈을 뜬들 소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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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_뱀술 먹는 개구리(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