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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다니,
세상은 참혹했다. 그해 봄
두 눈 뜨고 두 팔 온전했던 나는
참혹한 세상보다 더 참혹했다.
그때부터 난 사람이 아니었으니
짬밥통에 얼굴 박은 돼지들 벌거벗은
몸에 껴입은 두툼한 똥처럼 나는
너무 밝은 분홍색 몸을 썩어 문드러지는
너의 주검으로 간신히 가렸다.
그 봄을 생각하면, 그때 접시 위에
살 발린 생선처럼 껌벅거리던
두 눈 벌써 뽑아버려야 했지만
아직도 멀쩡한 두 눈으로
내 몸에서 점점 지워져가는 너를
붉은 경고등처럼 깜짝깜짝 놀라며 본다.
내게 희망이 있다면
너를 깨끗이 잊는 것이다.
기억은 머리카락에서 온다고
무덤풀처럼 자라나는 머리칼 거듭 자르며,
그러나 너의 죽음 생각날 때마다
머리카락은 자라고
너를 잊어버리겠다는 희망으로
머리칼 거듭거듭 자르겠지만
나 죽지 않는 한 머리칼 또 자라고 말지.
죽음 뒤에도 자라지 않는가,
죽음보다 더 집요한 머리카락들!
...... 그렇게
나의 희망 끝끝내 이기지 못한다면,
나에게도 그런 일이, 참혹한 일이......
내게 희망이 있다면, 그것도 희망이라면,
그게 또한 나의 희망이다,
너처럼 죽을 수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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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_가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