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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는 늘 바쁘다
사람과 만나 대화하거나
못질하거나 돈을 벌기 위해
그의 전화는 통화중이거나
받지 않는다. 대답도 듣지 않고
가버리는 그의 뒷모습은
늘 구겨져 있다.
그의 사무실에 들렀을 때
그는 없었다.
유리창도 먼지가 흘러내린 얼룩 때문에
밖이 잘 보이지 않았다.
구시대의 유물이 되어버린
역사책들과 문학전집들,
문득 그 위에 쌓인 먼지와 함께
졸고 있던 햇살이 창 너머로
화드득 깨어나 넘어갔다.
음악 몇 줄이 따라 넘어가다
넘어져서 쿨럭거렸다.
2
어느날, 시간 밖으로 갑자기 튕겨나와
햇살을 가지고 놀거나
애인을 만나거나 시냇물을 노작노작거리다가
시장 어귀에서 맡겨둔 시간을 찾아 갖고
귀가할 수 있으면 좋겠다.
하나도 상처나지 않는 시간들을
운동화 끈으로 묶어 가뿐히
아주 가뿐히 공으로 차고 오면 좋겠다
3
움직이지 않는
그러나 언제나 조금씩 움직이는
흐르지 않는
그러나 언제나 조금씩 흐르는
마모되지 않는
그러나 조금씩 마모되어 없어지는
낡은 배경 같은,
쓸쓸한 구멍 같은
눈물 같은
집
4
나는 언젠가 거기를 지나쳐갔지만
다시 지나쳐갈 수 있으리라 믿고 있지만
다시 지나쳐가더라도
그곳이 언젠가 지나쳐간 곳인지를 모르고
지나쳐가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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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_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