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선 도로의 중앙선 위에 선 개 한 마리.
우뚝 서 있지도 않고 중앙선과 십자가를 이룬 채 고개를 이래저래 뒤치네.
눈빛이 흔들리는 게 우유부단해 보인다 했더니 잘못 뛰어들어놓고 가만히 있지도 않네그려.
네가 녹색 불이 허용인 걸 안다면 영화에 출연했겠지만, 빠앙~ 하는 클락손 소리에는 놀라야 했어.
무사히 인도로 건너오는가 싶더니 다시 또 도로로 뛰어들고 그러기를 서너번은 했지.
산책 나가는 푸들처럼 도로로 총총히 잘도 들어서더라.
제과점 주인의 호객 소리처럼 계속 울려대는 색색깔 클락손 소리는 전혀 안 들린 거니?
그러다 내가 네 앞에까지 당도해 인도에 올라선 너를 봤어.
나는 너를 봤고 너는 횡단보도 건너편 길을 봤는데 네 눈이 보였어.
보지 말았어야 했는데.
버려졌든 길을 잃었든 주인과 집을 찾는 네 눈.
생의 절박함이 사의 위태함을 잊게 만든 눈.
자동차도 클락손 소리도 놓쳐버린 눈.
그 말밖에는 모르겠어.
절박한.
넌 실향민이 북녘 땅 쳐다보듯 한동안 그렇게 길 건너를 바라본 뒤 보라색 조끼를 입은 아가씨의 손사래에 골목으로 들어갔어.
너무 큰 걸 정해버렸지?
아예 저 쪽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어쩌겠니.
이미 건너온 걸.
추억하지 마.
도와주지 못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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