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버스가 또 숭숭탕 앞에서 중형차와 마주 섰다.
둘 중 하나는 후진해야 한다.
출근길 승객을 태운 마을버스 아저씨가 후진할 태세다.
중형차에게 이리 오라는 손짓도 보낸다.
그럼에도 중형차가 후진한다.
저리 가라는 손짓으로 본 모양이다.
이리 오고 저리 가라는 손짓은 결국 같은 거였다.
내 중독들.
가라고 손짓하면서 오라고 쳐다본다.
그것들은 마음을 읽는 걸까, 그냥 허다한 관성일까.
아주까리 동백이 붉은 걸 중독이라고 아무도 말하지 않는다.
본성과 중독의 큰 차이는 할당의 문제다.
본성 때문에 밀려날 것은 없다.
그건 밥을 주문하면 세팅되는 수저처럼 당연한 거니까.
중독은 탐욕적이어서 남의 자리를 빼앗는다.
중독이 새라면 제가 자라기 위해 딱새 새끼를 밀어내는 뻐꾸기 새끼일 거다.
중독은 탐욕이라는 동기를 목적으로 만들어버려 뇌는 무능해진다.
중독은 중독끼리 친한다.
험담은 욕설을 부르고 담배는 술을 부르고 게으름은 비만을 부른다.
무응답에 익숙해지면 무시를 당연시하고 그리움에 익숙해지면 오늘의 에너지가 없다.
이 모두가 내 속에 있다.
이제 그만 하자!는 메시지가 깜빡거리지만 눈을 배신하는 마음은 하소연이 많다.
누구도 내 중독과 금단에 관심이 없을 거라는 박한 핑계를 댄다.
연말 특수를 마음껏 누리며 열 살 때처럼 새 삶을 상상한다.
천리를 간들 한 걸음을 뗀들 무엇을 원하든 무엇이 되든 나는 여전히 홀로 있을 거다.
중독된 자리에는 무엇이 자랄까. 그 자리를 무엇에게 내어주어도 될까.
이래봤자변하지않을거라는때려죽을비관은왜안말라죽는거야아씨팔
엿같은세상꽃같은인간들은흐르고넘쳐손가락질해대는데왜나도거기있는거야
해가가면해가오고낮이가면밤이오는데나무젓가락도짝이있는데나는이쑤시개야뭐야제길
노란배사진붙여놓고타고가자노래를불러봐야미친년헛소리도아니고허구헌날중염불도아니고야호냐야호야
맞아도안아프면서뻑하면놀라자빠져서눈알빠뜨리고뒷걸음치다녹슨못에찔려살썩는데왜아픈줄을몰라
욕마려운날들이그립게인사도없고화도기쁨도없이살다감정이뭔지잊게되면밖으로로새는것들도끝장나겠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