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사거리
직진을 해야 하는데 차가 밀리니까 아저씨는 좌회전을 한다
그리고 다시 우회전을 하고 또 우회전을 해 다시 신림역 사거리
차 많이 밀리네요 연말이라 그런가 송년회 하셨어요?
택시기사해서 돈 몇 푼이나 번다고
송년회는 돈 못 벌어도 해도 되잖아요
돈 있어야 친구도 만나지 술이라도 한 잔 하려면 돈 있어야지 맨날 얻어먹을 수도 없고
신림역 사거리에서 좌회전을 해서 도림천 방향으로 차가 흐른다
아저씨는 내 의사를 묻지도 않고 합승을 시도한다
'미림여고'라고 외치는 한 사내를 조금 지나쳐 차를 세웠지만, 사내는 이미 고개를 돌려 다른 택시를 찾는다
나는 아저씨의 의견에 찬동할 수는 없었지만 아저씨를 돕기로 한다
창문을 두드려 사내가 택시를 보게 한 뒤 조수석에 타라고 손짓을 한다
사내는 탈듯 말듯 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다른 택시를 찾는다
아저씨는 사내가 듣지도 못할 욕을 한다
서울에 있는 산들에서 해맞이 한대요 해맞이 보기에 어느 산이 좋나요?
여기서 가까운 데가 좋죠 관악산 청계산 우면산도 괜찮고 근데 해 본다고 소원 이뤄집니까
그냥 새해 핑계 대고 한 번 보는 거죠 또 언제 보겠어요
평소에 잘 해야지 여기는 의외로 차가 많아요 도림천을 덮으면 나을 텐데 또 그만큼 차가 늘겠지만
신림10동 주공1차아파트 105동 앞
택시 요금으로 14800원이 나왔다
동전이 없어 16000원을 내밀며 '콜택시 비까지 합해서 16000원 드리면 되나요?'
15800원이라고 하지 않은 건 내가 내는 돈이 16000원이라는 뜻이었다
아저씨는 200원을 거슬러주지 않았다
대신 나의 무거운 짐을 살짝 밀어주며 짐 내리기 편하게 도왔다
친절에 값을 매겨도 될까
조수석 뒷좌석 문을 닫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아저씨가 '네'라고 했는지 '아가씨도요'라고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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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_2006년 12월 30일, 대한민국, 뉴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