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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본 TV 드라마에 등장한 부잣집들에서는 "여보세요" 대신
"네, 평창동입니다" "네, 구기동입니다"라는 말을 쓰곤 했다.
그 집의 안주인들은 고운 한복을 입고 있기도 했는데 내게 그 모습은 바람 잔 날 같은 평온이었다.
'나도 늙으면 저런 옷 입고 저런 보료 위에 앉아서 웬만한 소식에는 놀라지 않고 화내지 않고
무표정 비스무리한 저런 담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어야지' 했다.
올 구정에 한복을 입고 새엄마께 절을 올리려 했다.
내겐 한복이 한 벌도 없다.
내 동생은 시집 갈 때 산 한복이 한 벌 있지만 빌려 입고 싶진 않았다.
한복이 없다고 절을 올릴 수 없는 건 아니지만 '한복이 없어서'라는 핑계도 대지 않고 절을 올리지 않긴 했다.
여튼 인사동과 삼청동 등지를 돌며 백만원대의 한복을 몇 벌 입어봤는데 사진 속의 저 한복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볼레로까지 해서 백몇십만원이라는데 월급 탈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가 맞춤하리라 마음 먹게 했다.
머리만 빡빡 밀게 했던 게 아니라 여자 한복은 절대로 못 입게 했던 엄마 아빠는 대체 내게 왜 그러셨을까?
난 설이나 추석 때마다 떼를 쓰며 울었다.
나도 댕기 들이고 싶고 한복도 입고 싶다고 처절하게 울며 매달렸건만.
입혀 놓으니 저리도 곱건만은.
한복이 점점 더 좋아진다.
한복 짓기에 도전해 백몇십만원이 없는 내게 직접 한복을 지어줄까 하는 생각도 있다.
아참, 우리 일호 배냇저고리(철자 맞나)는 내 꼭 지어줄 테니 따로 장만하지 마.
처음 입었던 그 저고리를 시집 장가갈 때 주면 잘 산대.
아 사진 보니까 또 도진다.
한복 입고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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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이 씨... 안녕...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