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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에는 싸이월드에 가명으로도 가입할 수 있었다.
그 덕에 나는 장세이라는 이름의 회원이 될 수 있었다.
1촌이라는 이름으로 남의 집을 마구 헤집고 다니던 시기가 지나고
마당도 없는, 아파트 같은 싸이에 싫증을 내던 시기도 지나고
(지금으로부터 2년 전쯤) 싸이로 인해 적잖은 충격을 연이어 받던 시기가 있었다.
로그인 후에 회원찾기에서 나를 찾으면 내가 찾아진다는 것!
SK도 싸이를 하고 그에게 아리따운 여자친구가 생겼고 당당히 공개하고 있다는 것!
대한민국의 많은 29세 여인들의 싸이 사진첩에는 자신이 낳은 아기 사진이 있다는 것!
그리고 회원찾기에서 찾은 나 말고 1977년생 여자 장세이 씨가 많이 아프다는 것.
1촌평과 방명록에는 온통 그녀를 걱정하는 마음이 글이 돼 있었다.
그녀의 친구들은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얼른 일어나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샴쌍둥이도 아니면서 나는 왜 덩달아 움푹 내려앉은 건지.
같은 생년 같은 성별 같은 이름을 가진 유대가 그리 대단한 걸까 하는 의심은 의심대로 놔두고
마음은 이미 슬픈 감염에 노출돼 한동안 그녀의 싸이에 자주 들어가봤다.
좋은 소식은 언제 오는 걸까.
그리고 오늘, 왜 그녀가 다시 생각났을까.
아무래도 그녀는 시간이 흐르지 않은 곳으로 떠난 모양이다.
또 다시 그녀의 친구들은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갔으니 더 이상 아프지 않을 거라며
슬픔을 감추고 그녀의 평안을 기원하고 있었다.
나는 이렇게 살아서 웃고 폼 잡고 살고 있다.
장세이라는 이름으로 싸이를 탈퇴하고 나서
다시 가입하려니 더 이상 실명이 아니면 안 된대서 장세영이라는 이름의 회원이 돼가면서까지.
서른 한 살이 되도록 자신감 하나 제 것으로 만들지 못하고
제 얼굴을 마주보는 것조차 낯설어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같은 나이, 같은 이름의 그녀는 이런 나에 비해 어른 같기만 하다.
내가 겪지 않은 것들을, 어쩌면 내 나이에는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모두 겪어버려서일까.
이제 싸이에 1977년생 여자 장세이라는 이름의 회원은 그녀뿐이다.
그러나 그녀는 방문자수를 조회할 수 없는 곳으로 가버렸다.
그런 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나라로.
나는 이렇게 살아 오늘 그녀를 떠올리고 그녀의 나라를 상상해 본다.
단순하고 형식적인 조의가 아닌
뭔가 나만이 전할 수 있는, 그녀가 슬며시 웃고 말, 우리끼리만 통할 밀어가 있을 듯한데 잡히지 않고
그저 그녀가 이런 마음도 아는 나라에 있으니 '말 안해도 알 거야' 하고 만다.
혹시 "거기 날씨는 어떤가요?"라고 물으면 그녀는 웃어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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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 종이 태워버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