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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11.10 구세군대한본영
자선냄비에 돈을 넣어본 적이 없는 자가 자선냄비 취재를 하겠다고 구세군 건물 앞에 섰다.
가끔 내가 참 별 일을 다하고 별 군데를 다 다닌다고 생각하지만,
구세군 벽면의 대형 십자가를 보고 서 있자니 그 기분이 극에 달했다.
'나는 여기에 왜 있는가.'
그 질문은 한 번 기어나오면 웬만해서는 눌러지지 않는다.
그것을 눌러버리려고 더 오버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도 그 놈의 질문은 온종일 따라다닌다.
저녁에 만난 후배 기자에게 구세군에 갔다 왔다 했더니
"선배, 자선냄비 홀딩하러 가신 거에요?"
후하하하 '홀딩'이랜다.
- 여기서 홀딩이란 패션 촬영을 위해 의상이나 액세서리 등을 촬영 전에 미리 찜해두는 것을 말함.
오늘, 드디어 '홀딩'해 놓았던 자선냄비를 촬영하려고 미국대사관저 돌담 앞에 세팅했다.
포토그래퍼랑 티격태격 상투적이다 아니다 상징적으로 가자 무슨 얼어죽을 상징은 상징이냐 봉천동 골목 끝에 세워보자 생뚱맞은 데서 찍어보자 난리를 치는데
지나던 아주머니 한 분, 천원짜리 두 장을 꺼내 자선냄비에 넣으려 하신다.
되려 쑥스럽게 손을 접으시는 아주머니에게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으다.
그 고운 마음 저금해 두셨다가 12월 2일에...
그래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제가 하는 일이 참으로 생뚱맞다는 거죠.
줏대없이 휘청거리다가는 수없는 독자들이 아까 그 아주머니처럼 속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래서 자꾸 다짐다짐하자는 거죠.
그 때 그 때 다르지만 그래도 뭔가 변하지 않는 건 있어야 한다는 걸 잊지 않으려구요.
그래야 하니까요.
죄 짓지 말아야 하니까요. 더.이.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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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삼겹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