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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파리의 연인>인지 <파리 같은 연인>인지를 보고 나서 맥주 한 병 까면서 뒤통수를 후려치는 깨달음(?)을 얻었으니...
낮에 본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깨달아라, 깨달아라' 직접적으로, 노골적으로 외치는 것과는 달리,
이 드라마는 마치 '현실은 매트리스야'라고 간접적이며 우회적으로 외치고 있어
자칫하면 '어, 정말? 부딪쳐도 안 깨져?'하고 부딪치는 실수를 범하게 만든다.
현실은 세멘 바닥인 거 알잖아? 차갑고 딱딱해서 실수로 대가리라도 박을라치면 그냥 골 터져 골로 가는 거거든.
아, 시뎅... 이런 드라마가 시청률 40%를 코앞에 두고 있다니...
딱히 공부에 뜻이 있는 것도 아니면서 파리는 뭐하러 가냐고?
갈 거면 집이고 뭐고 제대로 정리를 하든가 믿고 맡길 사람한테 맡기든가.
뭐 대단한 배신이라도 당한 양 파르르 떨더니, 정작 지가 해결하는 거 하나도 없어요.
다 한기주가 해결해 주고, 울면서 자존심 상한다고 찡찡거리고.
그래도 쪽팔리지만 도움 받겠다고. 대단한 결정하셨어요, 네?
(아차차, 사보기자가 껌인 줄 아는 모양인데. 나참 어이가 없어서. 이력서랑 등본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하는 거라고는 눈 크게 뜨고 당황한 듯 단어 반복하는 게 다지.
외로워도 슬퍼도 안 울긴 왜 안 울어. 울만큼 안 외롭고 안 슬펐던 거겠지.
아니면 캔디가 청승 맞은 애들보다 잘 먹힌다는 걸 알고 있었던 거거나.
아무 능력도 없고, 능력을 갖출 준비도 안 하면서 그냥 이 놈 저 놈 도움 받고. 제발 니가 너를 좀 도와 봐, 어?
없는 놈의 신분 상승은 '무모한 욕망'이고, 꼭 그런 놈은 없이 살 때 옆에 있던 가난한 애인 버리고 잘 사는 애인한테 갔다가 복수 겁나게 당하고 잘못 했다고 싹싹 빌어도 다시 원래 자리로도 돌아갈 수도 없어, 이짝 저짝 아무 짝에도 끼지를 못하고 인생 자포자기한 사람이 된다. 아주 제대로 매장시켜버린다 이거지.
없는 년의 신분 상승은 '우연'과 '우연'이 겹치고 겹쳐 마치 '운명'인 양 위장하여 그에 살짝 속은 남자의 손에 의해 번쩍 들려진다. 아니, 엄마도 아니고 아빠도 아닌데 뭘 그렇게 미친 듯이 퍼주냐고.
아, 씨뎅~ 정말 그 방법들 밖에는 없나.
이게 어쩌면 이 사회의 가진 자들이 하고 싶은 말인지도 모르지. "올라오면 다쳐!"
신분 상승을 꿈꾸는 남자는 굳이 나서지 않아도 지고지순한 전 애인이 해결내 줄 거고
신분 상승을 꿈꾸는 여자는 귀엽거나 예쁘거나, 우연에 능하거나 그 중 뭐든 갖춰 봐. 그럼 받아주지.
여자의 경우는 동방인에 따라 상승을 허용하겠다는... 버뜨 우연에 능하고 귀여워야 해, 반.드.시!
아, 근데 그러기가 쉽지가 않은 거거든.
인생이 고달픈데 귀엽고 예쁘게가 되냐고?
바닥을 기면서 무릎 안 까지는 애 골라보겠다는 심뽀 아니냐고.
그냥 지가 잘 나서 잘 사는 건 왜 안 되는 거냐고. 왜 못 봐주냐고? 니 밥그릇 안 뺐는다잖아.
그리고 사실 좀 뺏으면 어때? 같이 먹고 살아야잖아. 이 포식자들아.
설령 귀엽고 예쁘고 우연에 능하다고 해도 그게 언제가지 먹힐까?
어느 날, '이제 너 질려. 아니 회사가 이렇게 힘든데 처분할 땅 한 마지기 없다니... 정말 없어도 너무 없군. 귀여운 것도 그 때뿐이었어. 이제 같이 사니까 우연 같은 거 필요 없잖아. 그러고 보니 정말 매력 없네. 그냥 너 있던 자리로 가!"라고 말하면 어쩔 것인가.
럭셔리 투어도 아니고 원래 자리로 가라니.
뭐, 두둑하게 위자료라도 챙겨주면 그나마 다행이라고?
됐고, 결국 내가 가져야 한다.
귀엽지도 예쁘지도 않고, 우연에 능하지도 않은 나는 결국 스스로 경제력을 갖추어야 한다는 비장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 결론에 도달하면 살짝 우울해진다.
나는 나를 믿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면 어디선가 싸늘한 바람 한 줄기 '쌩~'하고 불어오고 벼랑 끝에 아슬아슬하게 뿌리박고 선 나무가 된 기분이 들기도 하고.
마징가 제트처럼 스뎅으로 온 몸을 무장해야 할 것도 같고. 아, 스뎅 싫은데...
서글픔이 쫘악 밀려온다.
깜찍이 재수 없어하면서 끔찍이는 또 끔찍해 해요. 그게 나쁜 것도 잘못된 것도 아닌데.
근데 또 끔찍이가 마냥 씩씩하냐? 깜찍이처럼 이쁨 받고 싶어한다 이거지.
안 그래도 계속 이러고 살까봐 겁나 쫄아 있는데 왜 자꾸 그런 드라마 만들어서 마치 쉬운 길인 양 보여주냐고?
용기를 북돋아 줘야 하지 않겠어? 반칙 안하고 살겠다는데, 어?
여기 있는 것도 싫고 올라갈 능력도 없다, 그럼 드라마 보면 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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