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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 같은 사람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그 수많은 사람들을 보며 떠오른 생각이다. 사람이 벌 같다고. 오늘따라 유달리 버스는 바늘 하나 세울 틈 없이 비좁았다. 같은 이어폰임에도 내 앞에 서 있는 여자의 미니 카세트에서는 다른 노래가 새어나오고 있다. 표정은 모두 비슷하지만 각기 다른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것이다. 육체만을 태우기에 이 많은 사람들을 이 작은 버스에 다 태울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버스가 사람들의 생각을 태우는 것이었다면, 한 두 사람만으로도 이 버스는 꽉 찼을 것이다.
<난 내가 남에게 상처주지 않는 사람이라 믿으며 살아왔다. 적어도 고의로는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내게 상처주는 사람일 때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을 나 혼자만 하라는 법은 없다. 표정이 서로 닮은 그 수많은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우리는 서로 남만 탓하게 된다.
내게 남들이 자신은 어찌됐든 설혹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내 가슴에 비수를 꽂고 마는, 독침을 가진 벌떼로 보이듯이 남들에게도 난 독침을 가진 또 한 마리의 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모두 벌 같은 존재. 벌처럼 온종일 나름대로들 열심히 잘 버티어 오다가도 자신에게 조금만 해가 될 듯 하면 가차없이 독침을 쏘아버리는 거다. 그렇게 쏜 독침이 결국은 자기에게도 해가 되어 상대방과 자신, 모두 쓰러지고 만다는 것이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연민을 남기면서 말이다.
강하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독을 가진 침일 뿐이며, 사람은 그저 침을 빼버리면 아무 보잘 것 없는 나약한 존재일 뿐이다. 이제는 내성이 생겨 그런지 웬만한 침에는 반응도 하지 않는 사람들이 생겨나고, 그에 따라 침의 독은 점점 더 강해져만 가고...
벌들은 로얄제리를 만들고 지켜야 하기 때문이라지만 도대체 우리는 무엇을 만들고 지키려고 이러는지. 쓴 웃음만 남는다...... 껄껄껄
아마도 97년도쯤이었던 것 같다. 사람들의 입을 무서워하며 살던 때. 사람들이 입을 쉬는 조용한 버스 안에서 떠오른 생각을 옮긴 것이었다.
문서들을 정리하다 오랜만에 읽어보니 당최 공감할 수가 없다. 왜 그렇게 벌벌 떨며 살았나.
말의 겉면을 열심히 핥아서였을까.
지금의 나, 웬만한 '말'에는 상처받지 않는다. 오히려 그 말의 이면에 숨겨진 '의도'에 상처받는다.
말하지 않은 이면을 보려고 하니, 오해도 하고 편견도 쌓는다. 보인다고 보여지는 것이 아니지만 이제는 그래야 할 때인 것 같아서 쉽게 버리지 못하는 습관이 되어버렸다.
가끔은 그립다. 보려 하지 않은 그 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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