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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ing About : 막차

Name : borasay

어젯밤 11시 20분경 강남구청역 사거리 버스정류장.
63-1번 버스를 기다리는데 도통 올 생각을 안 한다.
그 곳에서 집으로 가는 버스노선은 총 2개.
나머지 버스노선인 77-1번은 맞은편 버스정류장에 타야 집으로 가는 방향이다. 노선이 좀 웃긴다.
63-1번은 코빼기를 안 보이는데 맞은편 정류장에 77-1번이 정차한다.
건너갈까 말까 망설이다 '이 놈의 버스도 곧 올 거야'라며 기다린다.
(20분 경과)
11시 40분경. 63-1번 정류장에서 63-1번을 기다리면서 맞은편 차선과 정류장을 번갈아 쳐다본다. 그 사이 77-1번이 올까 하여.
77-1번이 오면 4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해서라도 타야겠다고 맘 먹는다.
그렇다고 63-1번을 포기하지도 못한다.
왜냐면 63-1번은 정류장과 집과의 거리가 100m 정도 밖에 안 되고 노선도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77-1번은 관세청 앞으로 뱅뱅 돌다가 우리집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세워준다.
정신없이 이 쪽 저 쪽 차선을 번갈아 보다
'양다리 걸친 기분이 이런 거구나. 막차라고 생각하면 맘이 더 급해지는구나' 했다.

결국 11시 44분. 난생 처음으로 117번 버스를 탔다.
압구정동 한양파출소에서 내려 집까지 택시를 잡아타고.
2600원이 나왔는데, 수중에 그 돈이 전부였다. 어찌나 스릴 넘치던지.
63-1번과 77-1번은 끝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세이어록 중 최고의 명언. "붙잡으면 떠난다."

dudans 2004/06/09 *
'붙잡으면 떠난다' 에 한표!!


borasay 2004/06/10
borasay 2004/06/10 * 어젯밤, 같은 장소, 비슷한 시각에 저와 같은 상황이 또 벌어졌다. 어제는 77-1번을 선택했는데, 맞은편에 63-1이 정차했다. 선배의 '세이야, 뛰어' 소리에 사정없이 4차선 도로를 무단횡단했다. 인생이 이렇다.


paranoid 2004/06/10 *
스릴 좋아하다가... 제명에 못죽은 사람 여럿있다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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