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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수영을 잘 했다. 커다란 수경 하나만 달랑 끼고 물 속에 들어가면 한참이 지나서야 한 번씩 물 위로 올라오곤 했다. 해변으로 나오는 아빠의 손에는 성게, 해삼, 멍게 같은 것들이 가득한 망태기가 들려 있었다. 아빠는 뭐든 잘 했다. 연필깎기도 직접 만들어 주었고, 부러진 안경테를 고쳐 주었고, 마당에 물레방아도 만들어 주었고, 원두막도 금방 지어 주었고, 자동차 수리도 당신 손으로 했다. 손끝이 야물고 머리는 비상했다. 아빠는 다 그런 줄 알았는데 모든 아빠가 그렇지 않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아빠한테 참 많은 걸 속았다. '아빠는 강하다'고 속였고, '아빠는 시간에 지지 않을 거'라고 속였다.
<빅 피쉬>는 부모, 부부, 죽음을 내게 물었다. 우리 아빠만큼이나 공갈도 잘 치고, 유머도 있는 윌의 아빠 에드워드는 그것에 화내는 아들에게 화내지 않았다. 아들에게 자신을 이해해 줄 것을 강요하지 않았고, 스스로 깨우치는 순간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 순간이 자신이 생을 마감하는 순간이었다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윌은 아버지와 3년 동안이나 말을 안 하고 지낸 독한 넘이지만 아주 훌륭한 넘이다. 적어도 그는 떠나는 아버지를 외롭게 하지는 않았으니까.
아버지를 강에 띄워보내는 윌과 큰 물고기가 되어 강물 속으로 사라지는 에드워드의 모습... 떠나는 모습은 어떤 모습이든 슬픔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는 슬픔보다 더 큰 무언가도 있었다.
아빠는 바다로 갔으면... 무엇도 아빠를 해치지 않는... 아픈 일 없고 무조건 행복한...
(세상의 모든 아빠들~ 강하게 살지 말아요. 자식들은 그거 믿어요. 나중에 무지 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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