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대출 기한이 내일인 것을 떠올리니 괜히 마음이 조급해져 지하철을 기다리면서도 책을 읽는다.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는 이 놈의 지하철.
막 문이 열리고 들어서려는데 웬 아저씨.
스윽 나타나 새치기를 하려고 하네.
그러려니 하면서 비켜드리려고 하는데
아저씨는 굳이 팔을 툭 치시네.
근데 아저씨의 팔에 끈적한 무언가가 묻어있다.
냄새 맡아보기도 두려운 불쾌감.
역에 도착해 이제 답답한 지하철을 벗어나나 싶어 출구를 미처 다 빠져나오기도 전에 개운해하고 있는데
그 사람 벅적한 계단에서 팔을 구부리고 담배에 불을 부치는 웬 아저씨.
조금만 참지.
계속 인상 쓰게 하는 사람들.
버스를 갈아탄다.
울컥 치미네. 서울대는 왜 갈 때나 올 때나 같은 편에 버스정류장이 있는 거지?
한두번은 괜찮았는데 스물스물 화가 나네.
그들은 횡단보도도 건너면 안 되는 건가.
집으로 가는 길이 멀어지니 열받는 일이 늘어나네.
내려야 할 정류장. 여전히 책을 보고 서서 손에는 버스 카드를 들고 있었다.
갑자기 한 아주머니. "카드 찍어줄까요?"
아, 네. 얼결에 아주머니에게 카드를 드리고 고맙다는 목례를 하고 내리면서
슬쩍 웃음.
이런 날들.
사람과 삶과 집에 대해 찬찬히 생각하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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