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어젯밤 문화방송의 모 프로그램의 엔딩을 장식한 동방신기의 노래(正反合이라는 단어가 많이 들어갔던 노래. 아이돌 그룹의 노래에 저런 단어가...)를 들으며 영감을 얻었음을 밝힙니다. 왜? 굳이!!!
다채로운 관계가 있다.
사물과, 사람과, 동물과, 자연과, 세계와 등등
얼마전 모 포토그래퍼와 취재를 가던 중 그가 아는 내 지인이 나를 대하는 태도와
그가 아는 내 지인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다름을 지적했다.
몰랐다. 내 지인이 나 아닌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대하는지.
나한테 하듯 대하겠지... 라고 생각했다.
재차 묻는 것으로 의아함을 드러냈지만 실은 좀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비단 그 지인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의 관계들이 대체적으로 反에서 合으로 가거나 反에서 머무르고 있다는
무섭고 서글픈 결론을 내렸다. 正은 애초부터 없는 것 같다.
극히 부분적인 것이지만 관계를 대표할 만한 대사들이 있어 소개한다.
첫만남에서, 혹은 알고 지낸지 얼마 안 된 상태에서 들었던 대사들이다.
blanca : (세이와 면접 중) 사진과 많이 다르네요!
(실물이 못하다는 뜻임은 그 방의 공기가 말해주었다. 그녀가 좋아할까봐 말 안했지만 사실 처음 듣는 말도 아니다.)
paranoid : (세이의 아침인사를 받고) 왔어요?
(컴퓨터 모니터 너머도 눈만 살짝 뵈주며. 웃으면서 건넨 아침인사에 얼굴도 제대로 안 봐주며. 막내 사랑은 수석이라는데.)
dragon : (손으로 역삼각형을 그리며) 어깨가 역삼각형이시네요!
MOPD of Cannes : (식사하다 말고) 얼굴이 좀 크다. (이래저래 더 보더니) 크네.
이 외에도 park4님은 낙하산(친해지자고 놀린 거다. 틀린 말도 아니다)이라는 말 때문에 한 동안 맘 상해했고,
면돗날님은 내가 자신을 왕따 시키는 줄 알았다(MJ 쓰라고 닦은 책상을 쓰고, 심지어 쫌 예뻐서 거리를 두었을 뿐인데)고 했다.
yhson님은 만난 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나를 깍쟁이라고 생각한다.
PJH실장님과 LSK군은 나를 스토커 취급하고 있고, 불친절한 DDAI씨는 나를 싸가지라 부른다.
얼마 전 면접을 봤던 모 편집장님은 내가 우울해 보였다고 한다. 곱게 차려입고 드라이도 하고 나름 적극적으로 임했었건만.
자, 여기서 궁금증 하나!
진정 내게 호감을 가진 사람은 없는 걸까.
요 며칠은 아예 처음 만난 사람들도 나를 저리 대한다.
철저히 일을 매개로 만난 사이인 경우 마음에 없을지라도 예의를 차리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할 말 다하고 심지어 무시무시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섬뜩한 말들을 해댔다.
내가 무어라 그랬고 어찌 했다고.
가슴이 먹먹해 어제 경기도 모처에서 있었던 미팅이 끝나고는
근처 공원에서 2시간 여를 앉아 있었다.
옆 벤치 손님이 서너번은 바뀔 만큼이었는데
추위와 배고픔을 참아가며 앉아 있었다.
모든 결과에는 원인과 이유가 있기 마련인데,
내게 무슨 원인과 이유가 있는 걸까.
다행히 合으로 가는 이들이 있어 살만하지만
反에 머무는 동안의 내 스트레스를 당신들은 모를 것이오.
억울한 것은 타고난 것, 외적인 것들로 나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아서인데 나더러 어쩌란 말이오.
차라리 성(姓)을 갖고 뭐라 하시오.
이름처럼 바꿔드릴 수 있으니.
유세이? 최세이? 김세이?
(단, 이세이는 안 되오. 욕 같잖소.)
나도 서로 예뻐해주고 좋은 말만 해 주고
보고 싶어하고 수신자부담전화도 기꺼워하며 받아주는(para님과 MJ에게 하는 말 아니오. 댁들 마음은 알지. 아닌가?)
고운 관계들로 엮었으면 좋겠소.
내가 어쩌면 될런지?
* 실은 그저께 어저께 살벌한 두 남정네를 만나 정신적인 충격이 컸습니다.
그저께는 태어나 처음으로 접한 살기에 등뼈가 후들거렸습니다.
어저께는 구렁이의 속을 들여다본 듯했습니다.
오늘은 종일 잠을 잤는데도 개운치가 않습니다.
기사 두 꼭지를 갑님께서 내일 아침 출근하면 확인할 수 있도록 보내놓으라고 했는데 손도 못 대고 있습니다.
그들의 검정색, 회색 기운들이 어딘가에 남아있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속이 멍해서... 가슴이 자꾸 내려앉아서...
내일이 무서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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