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양은 힘들었다.
서울에 돌아오니 흐릿해져가지만 당시에는 목이 메이게 힘들었다.
빠듯한 일정, 궂은 날씨, 수해로 험해진 산길.
그리고 낯선 곳에서 동행에게 화를 내야 하는 것, 서로 참 못할 짓이다.
따져물으면서
'그래, 사람은 바뀌지 않아. 이렇게 보기 좋게 말해도 혹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더라도 굳이 나를 계기로 바뀌지는 않을 거야'
라는 막막한 생각을 하니 말을 하면서도 맥이 빠지고 회의가 들어 어느 순간에는 입을 닫고 말았다.
처음 해 본 휴대전화 오락을 하느라 1시간을 보냈다.
특별한 매력은 없지만 시간이 잘 간다.
그래서일까.
지긋지긋하게 지쳐버린 일들을 놓지 못하고 식사 같은 중독에 빠져버리는 건.
부대껴 헉헉거리며 힘들어해 놓고서는 배고파 잊고 다시 먹고 잊고 다시 먹고.
낮잠을 자려고 누웠는데 받기 싫은 전화를 받고 나니 잠이 달아났다.
서점 계단에 앉아 보고 싶던 책을 보고 있는데 10분이나 지났을까, 다리에 쥐가 났다.
눈 밑에 난 다래끼는 제대로 곪지도 제대로 삭지도 않아 약을 3일치 받아왔다.
무슨 이런 날들이 다 있을까.
이런 쓴 날들을 견뎌내면 달달한 날들이 오는 걸까.
권선징악은 순 거짓말이던데 고진감래는 맞았으면 좋겠는데 안 맞은들.
어느날 거울에 내가 비치지 않으면 어쩌지.
만년쵸콜릿이 돼 주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