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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태경이었다. 이름 참 야무지네. 잘 어울린다 싶었다.
다음에는 성경이었다. 가수 이름치고는 좀 심심했지만 담담하네. 잘 어울린다 싶었다.
그 다음엔 수아였다. 가끔 교회는 나가긴 하더만 좀 오바네. 그래도 성이랑 붙이니 잘 어울린다 싶었다.
실제 그녀의 이름은 설희다. 나처럼 가명을 쓴다.
구라 치며 살려는 내 의도와는 좀 다른 것 같지만.
여튼 이름처럼 생활의 변화도 잦았던 그녀였다.
그러던 그녀가 한 곳에 머물며 누군가의 아내가 되어버렸다.
그 때의 내 우울은 참 깊었다.
김해까지 가버릴 건 또 뭔까.
밉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해서 부산 가도 전화 한 번 안했다.
그러다 어제 내려오라는 말에 '둘 되면 가겠어. 그 동안 셋이 되어 있으삼'이라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어제 확인했어. 우리 셋이야'하는 그녀.
아, 정말 기쁨.
누가 잘 되면 일단 배부터 아픈 세이다.
정말 통증이 온다.
근데 마냥 좋아서 거실을 통통거리며 뛰었다.
'나 이모 되는 거야?'
우하하하하하하하. 이모 이모. 세이 이모.
친구들도 아이를 낳고, 그들에게도 내가 세이 이모인데 왜 이렇게 기쁜지.
아마 그녀는 내 혈육과 같기 때문일 거다.
난 그녀를 (미모와 마음씨?) 따르지는 않지만 믿는다.
내게 '사람을 믿는다'는 건 '안다'는 거고, '예측가능하다'는 거다.
예상 밖의 무언가를 내놓아도 그게 긍정적일 것이 뻔한 사람을 나는 믿는다.
나는 그녀를 믿는다.
태경을, 성경을, 수아를, 그리고 설희를.
분명 내가 시킨대로 맛난 거 먹고 꽃 보고 책 읽고 평화로운 음악 들으며 우리의 일호를 잘 키워낼 거라고.
아, 일호라는 이름은 나머지 세 자매가 결혼했음에도 조카들을 생산해내지 않는 관계로 처음, 1호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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