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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달러는 미국달러와 달라서 HK$라는 표기가 되어 있곤 했다.
그 HK를 볼 때마다 한국의 이니셜 같다는 생각을 했다. 뜬금없이.
떠나는 날 아침에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약간 설레다가 비행기 타고 내리고 머무는 내내 그냥 밍밍했다.
밀크티를 마신 뒤의 가슴떨림보다 비린내나는 미네랄 워터를 물고 있는 듯한 생경하고 불편한 느낌.
결론적으로 홍콩은 잘못된 선택이었다.
피곤과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려는 애초의 목적과 달리 몸과 마음은 날이 갈수록 지쳐갔다.
빽빽히 들어선 뾰족한 고층빌딩과 아파트들은
13층에 있던 룸에서조차 고소공포를 느끼는 내게 절반쯤에서 베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했다.
구름을 찌를듯한 고층건물들은 바람만 세게 불어도 확 고꾸라질 것 같아 보는 것만으로도 현기증과 불안감.
내 방 침대는 통창으로 된 벽면쪽에 붙어 있었고, 통창쪽으로 머리를 두게 되어 있었다.
굳이 베개를 거꾸로 두고 누웠는데도 자꾸만 호텔 건물이 기울어져 침대도 기울어져 추락할 것 같은 불길한 상상을 하며 잠이 들었다.
불편한 건물들, 불편한 잠자리... 거기에 문화의 부재. 건물과 돈은 있는데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홍콩인, 홍콩문화. 하긴 그런 말부터가 생소하긴 하군.
명품 쇼핑이나 하고 올 만한 곳에 쥐뿔 없는 인간이 갔으니 피곤한 여행이 될 수밖에.
언제 또 가게 될지 모르는 해외여행인데, 다음 번에는 꼼꼼히 알아보고 가야겠다.
시간과 돈, 그리고 내가 아깝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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