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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모스 군락> 출처 encyber.com
8월 29일 오후 5시 20분 경, 강북 강변 도로 동호대교와 성수대교 사이
코스모스 식생지에서 진행된 cosmos 1704와의 인터뷰 한 판!
say : 잠자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cosmos 1704: 잠자리? 잠짜리?
say : 잠자리!!! 친분이 상당히 두터운가 보던데.
내 평생에 니네가 다른 타이밍에 나타나는 걸 본 적이 없거든.
cosmos 1704 : 고고한 우리가 팔랑대는 잠자리 따위와 교미라도 하는 줄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너무 억울해서 확, 목을 꺾고 죽고 싶을 때도 있어.
걔들은 우리가 필 시점에 하필이면 날아다닌다는 것 말고는 아무런 연관 없어.
나비도 아니라서 꽃가루 한 점 묻혀 날아가지를 않아. 쓸데 없는 놈들.
say : 왜 우주를 코스모스라고 부른다고 생각해?
cosmos 1704 : 나야 모르지. 솔직히 인간들이 뭐라고 부르든 상관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지만
어쨌든 우주를 내 이름으로 부른다니 불쾌하지는 않네. 근데, 왜 그렇게 붙였대?
say : 나도 모르지.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을 말해도 된다면...
둘의 공통점이 있는데 말이야, 둘 다 아주 정신 없다는 거지.
꽃 중에서 너네만큼 그렇게 헤프고 산만하게 피는 꽃도 드물잖아. 인정하지?
cosmos 1704 : 몰라서 그렇지, 우리 열나 질서정연해.
겉으로 흐드러지게 마구 핀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실제로도 제멋대로 서 있는 거 같니?
고른 씨뿌리기가 선행되어야 그러한 혼돈스런 꽃피기가 가능한 거거든.
그래서 우주에다 내 이름 붙였구만. 무질서 속의 질서. 그거 아냐?
say : 내가 먼저 물어봤잖아. 맞는 말 같긴 하군. 근데, 너무 잘난 척 하시는 거 아니에요?
cosmos 1704 : 너도 아는 걸 나한테 물어봐야지. 내가 네이버 지식iN도 아니고 말이야.
어디 기자랍시고 와 가지고 말이야, 명함도 안 내밀고, 어느 매체에 나갈 건지 밝히지도 않고,
몽타지도 절라 후져 가지고 쓰잘데기 없는 질문이나 하는 주제에.
say : 아, 몽타지... 아, 혈압 혈압~!
cosmos 1704 : 그러니까 고기 좀 작작 먹어, 쨔샤! 혈색을 보아하니 꽤 드셨어.
나처럼 물과 이산화탄소, 햇빛만으로 살아 봐봐봐봐.
얼마나 친환경적이야. 너네 유기농~ 유기농~ 하는 거 무진장 한심한 거 알지?
하늘이고 땅이고 물이고 온 세상 다 더럽히고는 지네 입으로 들어가는 건 깨끗하길 바래요.
완전 부조리 아니야? 부조리!
say : 저는 유기농 안 먹는대요. (앗싸 일축!)
끝으로 낭만적인 이야기를 해도 된다면... 난 운동회 하면 니가 떠올라. 쿱~!
cosmos 1704 : 뭐, 또 청군꽃 백군꽃 그거 말하는 거야? 아니 다들 색맹이야? 분명히 핑크색인데, 왜 청군꽃이래?
그리고 자홍색 코스모스 보고 어버이꽃이라고 부르는 건 또 뭐야.
걔네들 중에 처녀고, 총각인 애들이 얼만 줄이나 알아?
야, 그냥 가라. 니가 진짜 코스모스다. 너 우주 해라! 나는 그만 밥 지어 먹을란다. 저 짝으로 비켜. 햇빛 가리잖애~~~!
그렇게 cosmos 1704는 초가을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해도 다 졌는데 밥을 차려 먹겠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리고 say는 쓸쓸히 자전거를 끌고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이번 인터뷰를 통해 코스모스가 순한 꽃만은 아님을 알게 되었으며,
왜 청군꽃, 어버이꽃이라 부른 데 대해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더불어 같이 다닌다고 꼭 친한 것은 아니며,
죽어도 유기농은 먹지 않는 '조리'한 인간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름 이번 인터뷰를 정리하며 다음 인터뷰이로는 누가 좋을까 누가 좋을까 생각하면서 한강을 째려봤더니
동에서 서로 흐르던 놈이 북에서 남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애써 외면하던 놈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지만... 속으로는 '딱 걸렸어~'를 외치며 비열모드의 미소를 날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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