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아부지가 약국에 가자고 했다.
울 아부지는 그런 분이 아니신데...
아부지는 '너 자꾸 코 킁킁거린다' 하셨다.
그 때는 약국 가기가 싫었다. 감천 고개 쯤인가를 넘어올 때였는데, 아부지가 돈 많이 쓰는 게 싫었다.
아부지는 밥을 드시다가 술을 드시다가 기침을 하시곤 했는데, 기침을 하고 나면 더 이상 드시지 않았다.
아부지의 양복 바지 뒷주머니에는 언제나 두루마리 휴지 접은 것이나 식당의 티슈들이 들어 있었다.
나는 조금만 한기를 느끼면 기침이 한다. 비오는 날의 버스 에어컨 바람을 맞거나 지나치게 차가운 맥주를 먹거나
길을 걷다 느닷없는 찬 바람을 맞거나 모든 급격한 기온 하강에 반응한다.
그게 아부지에게서 물려받은 것인 줄을 몰랐다.
왜 아부지가 약국에 가자고 했는지 몰랐다.
그냥 아부지 앞에서 킁킁거리는 걸 조심하고 들키지 말아야겠다, 고만 생각했다.
지난 주말 통화한 사람 중 세 사람이 벌초를 하러 간다고 했다.
나는 벌초하러 가지 않아도 된다.
몸은 편한 것 같은데 마음은 안 편하다.
기침을 하면 아부지가 내 속에 살아있다, 는 생각을 한다.
반갑고 눈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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