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록은 패륜의 기록이 될지도 모른다.
속옷도 걸치지 못한 채 종각 사거리에 서 있는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용기를 내본다.
그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잊기 위해.
그리고 원래 없던 사람처럼 떠나보내기 위해.
처음 아빠에 관해 쓰려고 했던 건 대학 때였다.
그 때는 아빠의 그 주옥 같은 단어들과 유려한 문장들을 잊어버리는 게 아까웠다.
아빠는 시시한 말은 하지 않았다.
언제나 완벽한 문장을 구사했고 아무리 심각한 주제의 이야기라 해도 재치나 해학을 가미해 지루하지 않은 언어를 구사했다.
비유가 폭포처럼 흘러넘쳤고 전래동화책에 실린 적 없는 생경한 옛날 이야기들을 한 보따리 끼고 있었다.
아마 그 때 그 기록을 책으로 냈다면 아빠를 기쁘게 해드렸다는 명목으로 효행상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내가 기록하는 아버지는 그 때의 아빠가 아니다.
스물다섯 해를 가해자로 살았으면서 생의 마지막 3년 동안 철저히 피해자 행세를 했던 남자.
가족을 제외한 모두에게 자신이 피해자임을 설득시킨 남자.
스물다섯 해 동안 저지른 그 만행들을 뒤로 하고 그의 뛰어난 능력만을 묶어 책으로 내려고 했던 딸을
자신을 해한 살인자로 만든 남자.
우리 네자매를 천하제일의 패륜아로 둔갑시킨 남자.
그리고 공간이동하듯 떠나버린 남자.
집도 차도 논도 남기지 않은 채 수백장의 사진만을 남기고 사라진 남자.
이 글을 하드 깊숙히 고이 간직하지 않고 알몸 내놓듯 내놓는 건 공증 같은 거다.
지금도 술을 먹고 그를 생각하며 우는 것이 지긋해져 그만 그를 놓기 위한 알리바이다.
그리고 나를 아는 그대들이 증인이 되어 줄 것을 부탁하는 삼천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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