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삼거리도 아니고 사거리도 아니고 구십구거리 정도에 서 있는 것 같은 환상을 본다.
내가 갈 길은 하나일 텐데 스미스요원같이 불어난 거짓들 속에서 진실을 찾지 못해 머릿 속이 우주 같다.
어긋난 집중력과 흑우 같은 비관이 저지른 칼날을 저를 향해 들이대느라 아주 신이 났다.
버지니아공대에서 쏟아낸 총알을 하나로 축약해,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을 하루로 축약해 뇌와 어깨에 들이대며 이겨내보라 한다.
내게 웃어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그들의 말처럼 지금의 내 상황이 그리 나쁠 것도 없다.
회색 렌즈를 낀 채 바라본 전망으로 판단하는 섣부른 내가 나쁘다.
정말이지 이건 개세이의 발군인가.
시간을 믿는다고 큰 소리쳤으니 이건 배신이다.
믿음에 있어 강력한 너의 지구력을 발휘해보지 그러니.
시간은 흐르고 나만 제껴놓고 흐르지 않으니.
연명할 생각 말고 더 나은 걸 생각해 보자는 너를 향한 제안을 멈추지 말고 제발 그 모기향처럼 맴도는 생각이나 그만둬.
구십여덟 개를 제치고 하나를 찾아.
그건 네가 해야할 일이야.
책을 읽고 밝기를 높이고 하늘을 봐.
바이러스 같은 개세이가 덤비면 지붕을 벗어나 어디든 돌아다녀.
고치에 매달린 것처럼 바람 불면 떨어질 것 같이 그러지 말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네가 있어야 할 거리에 서 있을 거야.
그럴 거야.
그 때를 생각해.
지금의 감사와 반성을 되뇌면서.
한 시간과 하루와 내게 웃어준 사람들에게 감사하면서.
그게 인생이 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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