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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소통'이라는 단어가 땅에서 솟았는지 하늘에서 떨어졌는지 "툭!" 소리를 내며 불쑥 불쑥 나타난다.
'내게 있어 소통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은 가뜩이나 우울한 여건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나의 언행 중 과연 진실로 전달되는 게 몇 할은 될까.
'합격하길 바래' '난 너의 그 점이 좋아' '갑자기 목소리가 듣고 싶어서' '네 얼굴값은 대체 얼마니'
'너 자꾸 그딴 식으로 나오면 주가 조작 혐의로 금감원에 신고할 거야'
'내가 말한 적 있니, 너 재수 없어. 하지만 네가 싫지는 않아' '정말이지 넌 네가 예쁘다고 생각하지'
'당신이 누구 욕할 처지나 입장은 아니라고 봐, 특히 패션이나 외모 갖고' 라는 말 정도도 제 뜻대로 전달되는 것 같지 않으니.
난 확실히 좋은 사람이다.
난 악의를 먼저 드러내지 않는 사람인 것이 확실하다는 건 내 전 인생이 보증한다.
내가 악의를 품을 때는 상대방이 먼저 악의를 드러냈을 때다.
그 악의가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도, 그것이 부당하고 불공정하면 나는 그에게 악의를 품고 드러낸다.
강도는 받은 것과는 다르다.
주로 높다.
내 악의의 출발선의 강도는 다른 사람들보다 높게 세팅돼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내가 늘 말하듯이 난 먼저 악의를 드러내지 않는다.
먼저 품었다면 잘못된 거니까 드러내지 않다가 그가 악의를 드러낼 때를 기다리는 영악함은 있다.
겉보기에는 내가 다음이니까 상관 없다.
소통을 포기하면 사는 게 더 편해질 게 분명하다는 건 참 모순이지만 내게는 꼭 들어맞는 말이다.
'불편한 인생'으로 프로그래밍 돼 있으니까 또 시도할 게 뻔하지만
결론 내리고 하는 거랑 결론을 내릴 수 없을 거라 결론 내리고 하는 거랑 다를 테다.
이런 건 성숙일까. 진활까. 퇴볼까. 정첼까. 비약일까. 오률까.
난 참 늘 억울하게도 이게 전혀 소통에 도움이 안될 뿐더러 또 다른 오해와 불신을 쌓게 만들고 말거라는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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