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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03. 28 AM 11:23 구포역 2번 플랫폼
한 남자 : (커다란 여행가방을 플랫폼에 턱 내려놓으며) 서울에 꿀 발라놨나, 이래 일찍 가구로?
한 여자 : (칭얼대는 아이를 달랠 때의 엄마의 눈빛으로 한 남자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
한 남자 : 서울에 꿀 발라놨냐고?
한 여자 : (눈가에 주름이 더 깊어지게 웃으며 눈을 못 맞추는 한 남자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더 가까이 갖다댄다) ...
2007. 03. 28 PM 3:58 지하철 4호선 사당발 당고개행 열차 안
한 남자 : 어. 내보다 네 살 많다.
한 남자의 친구 : 니 왜 그랬노?
한 남자 : (허탈한 웃음) 그라게. 우째 우째 결혼은 했는데 결혼하자마자 장인이 아프더라꼬. 이래저래 상황이 안 좋았는데, 결정적으로 내를 존경 안하더라.
한 남자의 친구 : 그랬나?
한 남자 : 아니 그라고 아랫집에 꼭 남자 같은 여자가 한 명 살았는데 그 여자랑 너무 친한 거라. 새벽에 술 마시자고 연락 오면 쪼로로 달리나가고. 그기 정상이가? 씨바!
한 남자의 친구 : ...
한 남자 : 와이프랑 싸우고 차도 팔았뿌따 아이가. 말도 안하고. 그래도 안 헤어질라 그라대. 그래가 내가 이사나왔뿌따 아이가. 와이프랑 연락 안 하는 건 아이고.
2007.03.27 AM 8:17 경남 남해군 남면 석교리 남해군 가족휴양촌 옆 밭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밭에 나와 일을 하고 있었다.
남자는 곡괭이 같은 농기구로 밭을 갈고 있었고, 여자는 수건을 둘러쓰고 돌을 고르고 있는 듯했다.
두 사람의 거리는 적당했다.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고.
간혹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밭에서 단순노동을 하다보면 노래가 나오지 대화를 하게 되지는 않더라.
서로를 보지 않고 땅을 내려다보는데도 사이가 나빠보이지 않은 건 조화 때문일까.
짐을 챙기고 콜택시를 기다리기 위해 나섰던 때가 오전 11시를 넘긴 때였는데,
두 사람은 여적 그 자리에서 아까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밀레의 모델인 것처럼.
부산 남정네들의 깊지만 까끌스러운 정.
지하철 안에서 목소리도 죽이지 않고 떠들어대는 배려 없음과
자신의 말투가 주의집중에 효과적인 사투리라는 것에도 개의치 않는 무신경과
부인의 사적인 영역의 일을 어시장에서 생선 경매하듯 팔아대는 파렴치.
이별 후에 더욱 예의를 갖추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이에게
'뭐라카노? 헤어지고 예의 지키는기 정상이가? 다 필요 없다, 씨바'라고 답하지 말아야 할 텐데.
한 남자가 의사고 한 여자가 의사여야지 의사 부부지만
농부(農夫)와 어부(漁夫)의 아내는 농부(農婦)와 어부(漁婦)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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