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다시피 say는 기계에 약하다.
굳이 알려고 하면 알 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굳이 알아봐야 나를 배신할 게 뻔하다.
"난 디지털이 싫어요. 배신해요."
느끼하다 생각한 배우, 배용준이 저런 말을 했다.
씨네 21과의 인터뷰에서.
문득 정이 간다.
날라간 데이터, 날라간 추억...
머릿 속에 남아 있잖아... 라고 하면 맥 빠진다.
기록의 의미에 대한 반발이다.
나약한 기억력을 보조하려 한 건데,
그걸 위해 애를 써, 시간을 내, 돈을 들여, 공간을 할애해
기록의 장치를 마련한 건데,
머릿 속이라...
요즘은 매일 젊은 아해들을 만난다.
그래봐야 스물넷, 스물다섯이지만. 너댓 차이날 뿐인.
아해들은 말한다.
"여기 사람들이랑 친해져봐야... 일 끝나면 볼 일 없을 텐데..."
같은 일을 한 4, 5년 전만 해도
"언니, 우리 일 끝나도 한 번 봐요"였다.
빈 말을 싫어하는데 진정 빈 말이 아니라 오래도록 만나기도 했다.
say의 그린 모니터 휴대폰을 보며 그들은 비웃지 않는다.
무관심한 듯 한 번 쳐다보며 농담 소재로 사용한다.
디지털의 삭막함이 일상에 묻어나는 것,
꼬지지만 휴대폰이라는 디지털 기기를 이용한다는 것,
이렇듯 인터넷이라는 디지털대마왕을 이용한다는 것,
메일과 문자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는 것,
이미 나도 애용하지만 이건 중독이 아니라는 것,
언제든 떠날 마음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
그리하여 정 주지 않는 것,
허망하다.
그리고 무섭다.
디지털도, 디지털 세대도.
초스피드 딜릿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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