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꺼져, 얼른 꺼져. 일 더 크게 만들지 말고 얼른 꺼지라고."
저녁을 먹고 버스를 타고 내려 집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침을 밟지 않으려고 바닥만 쳐다보며 걸어가고 있었다.
한 여인의 화난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었다.
오른쪽으로 꺾이는 길이었는데 화난 여인의 모습은 보이는데 누구한테인지는 알 수 없었다.
대략 남자친구일 거라 짐작했다.
뭔가 단단히 잘못해서 여인이 화를 내며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리라.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서자 그 (지금부터) 씨뎅이 화를 내고 있는 이가 그녀의 어머니임을 알게 됐다.
보는 순간 모녀지간임이 확실할 만큼 닮았다.
이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데칼코마니처럼 닮은 30대와 70대의 두 여인이었다.
그런데 어쩌자고 그렇게 사람들이 오가는 길목에서 30대의 딸이 70대의 어머니에게 그런 못할 소리를 하는 것일까.
자전거를 붙잡고 있는 70대의 할머니는 딸의 반복되는 말들을 듣고만 있었다.
그러다 "대목에 어딜 가겠다는 거야. 얼른 와"라며 씨뎅을 달랬다.
씨뎅은 "지금 이러는 거 일을 더 크게 만드는 거니까 얼른 꺼지라고. 꺼지라잖아. 내 성격 몰라. 눈에 뵈는 거 없거든"라며 맞아죽을 소리를 계속 해댔다.
골목이 끝날 때까지 씨뎅의 말은 계속 반복되었다.
한 마디 참견하고 싶은 걸 참았다.
그러다 할머니가 가래침을 모아서 뱉는 소리를 듣고 마음을 놓았다.
씨뎅 같은 딸의 모질고 독한 말을 귀로 듣고 입으로 뱉어버리는 듯 거칠고 굵게 뱉어내는 소리에.
이제 다시 볼 수 없다 생각하면 그럴 수 없을 텐데.
얼마나 울고 얼마나 후회하려고 그러느냐.
그 말들, 다 당신에게 돌아온다.
그대로 오지 않고 어머니의 슬픔까지 더해져 몇천배로 돌아올지 모른다.
이 어리석은 씨뎅아.
나를 닮은 씨뎅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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