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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줍잖게 영화 관련 일을 하는 중에
영화 <첼로-홍미주 일가 살인사건>과 관련된 기사를 맡아 시사를 보았다.
처음 길에서 메인 포스터를 보았을 때의 섬뜩함.
'무서워서'이기도 했지만 '왜 한 번도 첼로가 인간의 형태와 닮았다는 생각을 못했을까'라는 열등감 때문.
우리 엄마의 이모 딸은 콘트라베이시스트였다.
외할머니네에서 자란 나는 근처에 있는 그녀의 집에 자주 놀러갔었다.
유난히 너른 그녀의 집 안방 한가운데에서 그녀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곤 했다.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콘트라베이스가 그녀의 형태를 닮았다고.
다만 그녀와 참 잘 어울리는구나, 소리가 참 저음이구나,
저 무거운 걸 어떻게 들고 다니나, 다리 사이에 끼고 연주하는 악기도 있구나 정도였다.
홍미주의 두 딸로 등장하는 아이들이 무대인사를 할 때가 제일 좋았다.
첫째딸 "제가 자폐아로 나와서 대사가 없어요. 대사 없는 연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어요. 이렇게 여러분들께 제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에요."
둘째딸 "저는요 성현아 엄마가요 첼로 '치는' 거 보면서 첼로를 '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요 이제는요 첼로가 무서워요. 어쨌든 찍은 거니까 재밌게 봐 주세요."
영화가 시작되고 시누이가 죽고 둘째딸이 죽고 남편이 죽고 가정부가 죽고 첫째딸까지 죽는다.
홍미주 일가에서 홍미주만이 살아남는데...
요 대목이 크라이막스.
과연 성현아마저 마저 죽을 것인가, 그녀가 범인인가 등등
그러나 그녀는 요상한 범인이었고, 살아서 10년 전 죄에 대한 벌을 받는 중이었고, 앞으로도 쭈~욱 받을 것 같다.
'시지푸스의 신화?'
너무 거창하고 헐리우드의 어떤 영화에서 봤던 거 같다.
똑같은 하루를 반복해서 사는 남자가 나오는 영화와 어제를 잊어버리는 여자가 나오는 영화.
남달랐으나 신선하지는 않았다.
홍미주가 죄 짓는 장면에서는 <클리프 행어>가 떠올라서 웃으면 안 되는데 입 가리고 살짝 웃었다.
신인감독의 입봉작이라는데,
그 신인감독이 감독치고 잘 생긴 편이었는데,
또 남자 감독이라 엥간하면 넘어가려고 했는데
공포영화인데 상영 내내 객석에서는 비명 소리 한 번 안 나왔다. 우야노~~~
아이디어는 좋았는데 긴장감의 조율에 실패했다.
높은 도를 쳤으면 이제 레미파솔라시 계속 쳐줘야 하는데
다시 낮은 도로 내려왔다가 갑자기 또 올라갔다가.
인물들의 섬세한 심리 변화를 잡아채지 못한 것도 아쉬움.
성현아의 연기는 엄... 32% 부족함.
포스터에 현혹돼 50만, 성현아 팬 10만, 볼 영화가 없어서 5만. 대략 65만 예상! 만고 내 생각!
*극장 입구의 피흘리는 도레미 자매 재밌었음. 고생한 보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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