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주 커버스토리가 전도연인 관계로 <너는 내 운명> 시사를 봤다.
주연배우 황정민과 박진표 감독이 무대인사를 했는데 황정민에게서는 영화 속 석중의 외향이 아직 남아있었다.
영화에 몰입하기 좋게 멍석을 깔아주는가 싶었는데
박진표 감독은 이 영화가 '통속멜로'임을 떳떳히 밝히면서 '소문 좀 많이 내달라'는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점수를 잃었다.
영화가 좋으면 시키지 않아도 소문 좀 많이 내게 마련이다.
2시간 3분이라는 러닝타임.
편집을 아직 다 못했나 했는데 다 한 거란다.
그래도 행여나 기대!
그리고 역시나 실망!
기대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가슴을 쥐어뜯고 싶었던 모양이다.
제대로 울고 싶었던 모양이다.
30대 중반의 남자가 저토록 솔직하게, 계산 없이 가슴으로만 사랑할 수 있다니...
2시간 동안 욕창 생기지 않을가 들썩거릴 정도로 지루했고 3분 동안 울었다.
지루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 편인데.
아, 뭐라 해야 하나.
영화는 현실의 사랑과 사랑의 환타지 사이에서 길을 잃은 느낌이었다.
지루한데 이건 내가 아는 현실의 지루함이 아니었고
환타지가 간혹 섞이긴 하는데 환상적이지도 못했다.
어설픈 <오아시스> 오마주라고 해야 할까.
결국 이 짝 저 짝 아무 짝에도 제대로 편승하지 못하고,
그러니 제대로 울리지도 그렇다고 안 울린 것도 아닌 채 끝이 났다.
그 중 아쉬웠던 것은 황정민의 연기와 공간의 부재.
이 영화는 남자의 순정을 다룬 이야기이므로 황정민의 역할이 매우 큰데
뭔가 아쉽다. 조금만 더 했으면 하는데 안하더라.
전도연의 연기는 그 캐릭터 자체가 매우 염증 나므로 언급하고 싶지 않다.
공간. 없었다. 셀프 카메라도 아닌 주제에.
박진표 감독님! KBS 인간극장 아시죠? 아마 두어달 전쯤 <내게 너무 예쁜 당신>이 방영됐었거든요.
그거 한번 보세요. 이미 봤으면 바로 반성 들어가시구요.
울릴려면 제대로 울리세요.
눈물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울리지 마시고.
그리고 이제 어디서든 그냥 '통속'이라고만 하세요.
괜히 '멜로' 붙여서 관객들 기대하게 하지 마시라구요, 네?
이명세의 <형사>는 다모폐인의 1인으로서 봐줘야 되지 않을까 하는 의무감이 작용했고
아무 생각 없이 봐도 된다고 해서 봤는데 진짜 아무 생각 없이 봐도 됐다.
먹어본 적은 없지만 본 적은 있는 가이세키 요리가 생각났다.
맛은 밍숭맹숭하다는데 데코레이션은 기가 막힌.
후아~! 감탄 2에 한숨 8.
이 영화는 <동원화환>이라는 부제를 달아도 될 것 같다.
하지원은 연기를 안 하다가 지나치게 하다가 다모의 채옥이가 됐다가 남순이가 됐다가 혼자 열심히긴 했다.
강동원은 참...
영화 전체 대사를 다 합해도 A4 한장도 안 되는 역인데
몸짓, 표정, 외모로 승부하겠다고 작정하고 나왔는데
그 중 내게는 어떤 것도 씨알이 안 먹혔다.
드라마 <위풍당당 그녀>에서의 강동원이 그리울 정도로 애석했다.
도대체 이명세 아저씨는 왜 이 영화를 만들었을까 생각하다가
강수지가 떠올랐다. 그 노래, 보라빛 향기가.
'예쁘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처럼 행복한 건 없겠지. 우리 때로는 힘이 들고 외롭지만.'
이명세 아저씨!
뮤직비디오계로 떠나시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 아닐런지요.
아니면 감독 말고 진짜 스타일리스트만 하시든지요.
돈은 없지만 문화생활은 저버릴 수 없는 후리랜서한테는 예쁘지도 않고 향기도 없는 7000원짜리 화환 따위는 필요 없거덩요, 네?
별점 대신 '참 잘 했어요'로 굳이 매겨보자면
<너는 내 운명> - 했어요!
<형사> - 왜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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