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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두 편의 영화를 보았다.
대학 때 니콜라스 케이지가 나오는 <페이스 오프>와 <콘 에어>를 하루에 본 적이 있었다.
나중에는 두 영화의 줄거리가 뒤섞여 엉망진창이 되었다.
다행히 두 영화 다 뒤섞여도 좋을 만큼 '무게감' 없는 영화였지만.
아사노가 보고 싶었다.
para 선배가 아사노 사진을 찢어 책상 옆에 붙여놓았을 때만 해도 그냥 그랬다.
<자토이치>를 보고 나서도 그냥 그랬다.
그런데 <밝은 미래>.
'간다면 간다'며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리키고는 사형장으로 간 아사노.
그 놈은 다른 아사노와 달랐다.
그 때부터 놈이 좋았다.
<라스트 라이프 라스트 러브>라는 이름으로 개봉한 'Last Life in the Universe'라는 원제의 영화,
나는 반드시 <우주에서의 마지막 삶>이라고 부르련다.)
가슴이 먹먹했다.
아리지는 않는데, 눈물도 흐르지 않는데 먹먹했다.
길에서 담배 피는 걸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특히, 걸으면서 피는 담배는 최악이다. 나는 호흡이 안 돼서 못 핀다.
예전에 웬 놈의 담배에 데인 적이 있다. 걸으면서 피려면 공간 확보가 중요한데 그 놈은 그걸 지키지 않았다.)
결국은 극장 앞에서 한 대 피워 물었다.
행인들의 시선보다 아사노의 눈빛이 자꾸 떠올랐다.
아니, 눈빛이 아니라 그냥 눈!
눈이 맞겠다.
아무 것도 말하지 않는 그 눈.
그래서 많은 걸 생각하게 하는 그 놈의 눈.
<펭귄-위대한 모험>은 현재 뤼미에르에서만 상영한다.
Jin과 보기로 했는데 그녀의 취직으로 무한정 미뤄지다보니 이 지경까지 왔다.
달랑 1개관 1일 2회 상영이라니. 그것도 뤼미에르라니.
이거야 원. - Vinyl 선배가 <카스테라>를 보고 나서 그 감상을 정리한 말! ^^
예상대로 한산했으나 극장에서 만나지 말아야 할 이들을 많이 만났다.
10세 이하의 어린이 관객들.
뛰어다녀도 좋고 스크린에 그림자 만들며 놀아도 좋다.
펭귄의 한 동작 한 동작에 코멘트를 달아도 좋단 말이다.
그들의 과자 씹기 퍼포먼스에는 대략 기절 직전.
그 과자봉지를 확 뺏어다가 내 입에 넣고 잘근잘근 씹으며 그들의 얼굴 앞에서 괴기스러운 표정을 짓고 싶었다.
다시는 엄두도 못 내게.
제발, 그 소리. 그것도 내 귀에다 대고 들으라는 듯 과장되게 씹는 그 소리만은 제발.
살짝 지루했다.
상영 시작 전 커피를 마시고 화장실을 안 간 탓도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좀 뻔해졌다.
<동물의 왕국>을 너무 많이 본 탓일까.
그러나 또 어쩔 수 없는 감동.
계산 없는 삶. 자연에 겸허히 승복하는 그 자세.
강풍이라는 표현으로는 300% 모자란 엄청난 바람이라면 빙산 아래에라도 숨을 만 한데
나름 빙벽들에 둘러싸인 분지형태의 '오모크'라는 지역에 모인 펭귄들은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자기네들끼리 다닥다닥 붙어 서서 그 바람을 온전히 견뎌냈다.
무리 전체를 움직일만큼 거대한 바람을 견뎌냈다.
겸손히 고개를 꺾은 채.
잠시 잠깐 암컷이 수컷에게 알을 넘겨주는 사이,
버벅대는 수컷이 잠시 잠깐 알을 놓친 사이,
알은 얼어버렸다.
구르던 알은 멈춰서기 무섭게 쩍하고 갈라졌다.
이거야 원.
펭귄은
다리가 짧고 등배가 토실토살 포동포동하고
땅에서는 뒤뚱뒤뚱 걷고 날개가 있어도 날지 못한다.
하지만 바다를 찾아 스무날을 걸을 수 있고 바다에 가면 진정 날 수 있다.
땅에는 추위와 강풍, 오리갈매기인가 하는 적이 있고 바다에는 바다표범이라는 적이 있다.
그리고 사랑을 하고 생명을 잉태하고 알을 낳고 지킨다.
그리고 아주 오래 전에 먹은 생선을 토해 새끼를 지킨다.
그렇게 자란 새끼는 회색 솜털이 다 빠지기도 전에 독립을 한다.
그리고 순환!!!
새끼의 나레이션이 인상적이었다.
"검은 어른은 슬프고 하얀 어른은 반갑다"였나.
등을 보이며 바다로 먹이를 찾아 떠나는 어른은 슬프고
배를 보이며 바다에서 돌아오는 어른은 반갑다는.
그들은 사랑도 온전히 느끼고 표현할 줄 안다.
사랑의 절정을 느끼는 순간의 노곤한 표정과 황홀한 몸짓이라니.
아 그 표정, 그 몸짓.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
하루에 두 편의 영화를 보더라도 그것이 각자의 '무게감'이 있는 영화라면 상관 없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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