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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때 나는 비디오방을 좋아했다.
공강 때나 휴강 때마다 후문 근처 비디오방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남는 시간만큼 영화를 보았다.
처음에는 머뭇머뭇했으나 대학 후문 비디오방이라는 것이
자취생들을 위한 1인실을 마련해두고 있어 그리 불결한 느낌은 아니었다.
혼자서 영화 보기의 재미를 그 때 알았다.
한 컷, 한 씬이 다 눈에 마음에 박혔었다.
그 시절부터 나는 일상을 다룬 영화가 좋았다.
소재나 주제 의식 이런 걸 다 떠나서 지리멸렬하고 누추한 영화들,
메이크업을 마친 외출 준비용 얼굴이 아닌 아침에 일어나 처음 마주하는 맨 얼굴의 영화들이 좋았다.
그런 영화들을 보고 난 뒤에는 비디오방을 나가서도 머리가 헛돌지 않았다.
황홀한 러브스토리나 기막힌 무용담이나 상상력 만땅의 온갖 SF 영화들은
문 밖을 나서면 모든 것이 '꿈'이었다.
무책임하게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내게 헛된 욕심을 키우게 했다.
그래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가 좋았고 전기를 다룬 영화가 좋았고, 담담한 영화가 좋았다.
수준이야 어떻든 말든 그 자세가 좋았다.
꿈을 꾸었다.
조금은 행복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발이 땅에 온전히 붙어있질 못하고
팔랑팔랑 나비처럼 날아다녔다.
3일간의 꿈.
비행기를 타고 신나게 하늘을 나는 줄 알았는데 인간 비행기였다.
문득 아래를 보니 아무도 없었다.
하늘을 날던 그 자세로 곤두박질.
이런 꿈을 흔들어깨운 건...
아마도 아버지인 것 같다.
당신의 제삿날도 잊어버린 못난 셋째달을 벌 주고 싶었나보다.
장염도 보너스로 껴주셨다.
잘 먹고 잘 X기로 소문난 세이가 장염이라니.
건강미에 기스 찍!이다.
은채의 마음을 아프게 할 것이 뻔한 무혁이는 말했었다.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세이는...
'꿈꾸지 말았어야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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