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12월 31일 11시 57분경에 나는 슈퍼에 갔다. 뛰어가면 30초도 안 되는 거리에 있기 때문에 3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왔을 때는 무려 12시 02분... 새해가 밝은 것이었다. 슈퍼에서 새해를 맞다니... 슈퍼우먼이 될라나...
샌드위치 데이라 우리 회사도 내리 나흘을 쉬었다. 그 틈을 타 수유리 면돗날님과 나는 도트의 두 명코치님들을 모시고 가까운 리조트로 향했다.
남들은 이틀에 배우는 기초코스를 우리는 대략 3시간만에 마스터했다. 그들의 스파르타식 교육은 진정 남달랐다. "저기 봐, 아침에 그 사람들 아직도 저거 하잖아. 우리는 이제 중급 코스 가는 거야."
선 채로 앞뒤로 자빠지고, 보드와 한몸이 되어 뒹굴고, 일어나다 주저앉고... 갈비뼈와 엉덩이에 금이 안 간 것이 무지 신기한 일이다. 삼계절 동안 쌓아놓은 체력은 역시 강건했다.
돌아오기 전에는 마지막 과정인 라이딩까지 했으니 우리 두 여인네는 지아이제인이 될 뻔했다. ㅋㅋㅋ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걸음마도 떼지 못했던 우리들을 중급(?) 반열에 올려놓으신 두 코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평생 씨부로 모실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더불어 막판에 최상급 코스 한 번 타겠다는 것까지 뜯어말린 겁많은 제자를 용서하시기를...
그리고 다음날 또다른 리조트에 갔다. 음하하하하... 우리 엄마의 지론 '일은 일로 푼다'는 역시 맞는 말이었다.
첫날의 두배쯤 더 자빠지고 나니 고통이 쾌락으로 변하는 짜릿함을 맛보기도 했다. 음하하하하 역시 나는 변X인간!!!
여튼 신나는 스포츠이다. 그 속도감은 지레 놀라 엉덩방아를 찧게 하지만, 동력에 의존하지 않고 눈과 판대기, 그리고 내 몸이 어우러져 그런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신기했다. 살아있음을 이처럼 실감나게 해 주는 스포츠는 아직 없었다. 눈썰매 이후로 처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