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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대학을 빠져나와 향한 곳은 우에노 공원.
시즈바즈 연못 쪽으로 들어서니 낯선 새 한 마리가 수국을 뒤로 하고 물 속 말뚝에 앉아서 연못을 관조하듯 바라보고 있었다.
새들의 표정이란 참...
퐁퐁 물에 뭔가 빠지는 소리에 돌아보면 커다란 자라인지 거북이인지가 발소리에 놀랐는지 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연못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우에노동물원인지 뭔지에는 희한한 새들이 철조망 너머로 언뜻언뜻 보이는데 괴기한 소리를 하고 단체로 울어댔다.
노숙자들은 (언제나) 방금 깬 듯한 퀭한 눈으로 이방인 따위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으나 괜히 신경이 쓰였다.
일본 노숙자는 처음 보는지라.
뭔가 어수선하고 지저분한, 그런데 묘한 매력이 있는 우에노 공원.
동경의 느슨한 모습. 깔끔한 정장 차림을 한 남자의 더러운 양말 바닥을 본 듯한.
공원을 벗어나면서부터 공포는 시작됐다.
아 지긋지긋한 까마귀 울음소리.
첨엔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했는데,
그 거대하고 시커먼 놈이 2, 3미터 앞에서 지가 마치 비둘기인 줄 아는지
폴짝폴짝 도로고 나무가지 사이고를 뛰어다니며 먹이를 집어먹는 모습이란.
히치콕이 왜 새를 가지고 공포영화를 만들었는지 100프로 공감하며 공포심에 꽥꽥거렸다.
대략 그림자만 보면 매나 독수리 못지 않고 그 목에 걸린 구슬 돌아가는 소리는 없던 불안도 스물스물 기어올라오게 만든다.
불운한 일이 생길 것을 미리 알려주는 징조 같은... 까르르르르르르
강철처럼 단단해 보이는 부리는 우산 손잡이처럼 제대로 휘어 있어 공격할라고 치면 나는 꼼짝없이 까마귀 먹이가 되고 말 것이 뻔하다.
그런 까마귀가 한두마리도 아니고 떼로 날아다니는데...
부디 임신부와 노약자는 우에노공원을 삼가시길...
까마귀에 소스라치며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새 동경도미술관.
원래 우리의 목적지는 국립서양미술관이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리로 가게 되었다.
마침 꽤 괜찮은 전시회가 하고 있다길래 1300엔이라는 거금을 주고 봤다.
16, 17세기의 유럽 화가들이 그린 그림 전시회였는데, 밀려다니며 그림을 봐야 할 정도로 대성황이었다.
왜 그렇게들 좋아하는지 좀 이해가 안 갔지만, 관람객 대부분이 희끗희끗한 5, 60대 장년층인 것에는 상당한 부러움을 느꼈다.
전시회가 좋았다며 흥분하는 dada와 '뭐, 그냥 그저 그랬는데' 표정의 say, 다시 국립서양미술관을 향해가는데 도꾜국립박물관이 나왔다.
일단 뭐 좀 먹어볼까 해서 들어갔는데,
우리가 먹을 만한 것은 당최 보이지를 않고
또 전시회만 디립다 보고 기진맥진 뒷편 분수에서 쉬었다가 나왔다.
다시 국립서양미술관으로 향했는데, 막상 당도하고 보니 요코하마로 떠날 시간이 다 되었다.
그래서 그냥 우에노역으로 향했다.
지친 배를 국물 없는 우동과 쑥갓 튀김과 사라다로 때우고.
아, 10km는 걸은 거 같다. 그러고도 요코하마에 신주쿠까지 갔으니...
이를 우야노 우야노 우야노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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