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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상으로는 가장 마지막에 배치되었지만 그 날 아침 호텔을 나서면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이 유시마텐진이다.
유시마는 아마도 호텔이 위치한 곳의 지명인가 보았다.
호텔에서 100m 쯤 역 방향으로 가다가 늘 훅 스쳐지나가 버렸는데
그 날은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꼭 들러보고 싶었다.
들어서자마자 투명 상자 안에서 허리가 90도로 꺾인 고양이인지 호랑이인지를 닮은 인형이 춤을 추고 있었다.
영화 '장화, 홍련'에 등장했던 목 꺾인 엄마귀신이 떠올랐다는.
결혼식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하객은 부모와 친구로 보이는 사람들, 합해서 대략 20명 정도.
하! 하객은 저 정도면 충분하지. 소박한 결혼식!
절차가 화려하다는 건 내실의 가벼움을 감추려한 것인지도.
걷다가 죽을 뻔 했음에도 시부야에서도 줄창 걸었다.
한 층을 a.b.c로 나누어 놓은 6층짜리, 18개 파트로 나뉘어진 도큐핸즈.
파트마다 테마가 있고, 아이디어 총집합에 일본에서 생산되는 웬만한 것이 다 모인 듯한 곳이다.
DIY 소품들, 각종 종이류, 문구류, 사무용품, 그릇을 포함한 주방용품, 공구 등등 볼 게 너무 많아서 눈이 획획 돌아가고
결국 쇼핑의 대부분을 거기서 해버렸다는.
다음에 마저 다 볼려고 대충 훑어봤는데도 1시간을 넘게 쇼핑에 전념하고 말았다.
책에 소개된 시부야 109, 파르코와 book off, 만다라께에 들렀다.
만다라께는 웬만한 국내 만화방 10개는 넘게 합쳐놓아도 이보다는 안 되겠다 싶게 만화책이 산더미였다.
그래도 그 만화방 특유의 냄새는 어딜 가나 똑같더라.
다시 한 번 나의 길눈을 칭찬하며 무사히 시부야역에 도착했다.
그렇게 사람이 많은 건 처음 보았다.
서면에, 남포동에 사람 제일 많은 날 밀려다니다 짜증 확 밀려 왔었는데 그래도 숨쉴 공기가 모자를 만큼은 아니었다.
숨이 막히고 일본 인구가 억을 넘는다는 걸 실감했다.
숙소로 돌아왔다.
아~ 이렇게 나으 일본 여행 3박 4일이 끝났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내가 아주 좁은 곳에서
잘난 척하며 살고 있었구나 싶었다.
세상의 몇만분의 일 밖에 모르면서 세상을 다 아는 양.
그러면서 다음 여행지로 어디가 좋을까 생각했다.
이 세상을 다 본다 해도 우주의 몇만분의 일밖에 모르는 것이라는 생각에 내가 점, 아주 미세한 점에 불과하다고 느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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