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여행의 마지막날, 5월 29일 토요일...
책에는 운 좋으면 일본전통혼례를 볼 수 있다고 했는데, 무려 4번이나 봤다.
가는 데마다 결혼식, 결혼식, 결혼식, 결혼씨~익!
훤칠한 미남 신랑들과 가부끼 출연하러 가는 듯 짙은 화장의 본 얼굴을 알 길 없는 신부들.
관광객들은 처음 보는 신랑신부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너네도 살아봐라. 이제 고생문 활짝 열린 거다'의 고소한 박수인지
'정말 축하한다. 이제 행복 시작이다'의 진심에서 우러난 박수인지 알 수 없지만.
나는 박수치지 않았다. 결혼이 과연 축하할 일인가 싶어서.
아사쿠사는 숙소와 멀지 않아서 시간을 쪼개 들렀다.
책에서 본 사진과 실제 눈으로 보는 것이 너무 똑같아 약간 당황하면서 구석구석 돌아보았다.
사진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캇빠바시도리 도구가'라는, 주방용품 전문 가게들이 인상적이었다.
찾느라 고생을 해서 더 기억에 남는 모양이다.
160엔을 아끼려 우에노역까지 걸어가다가 거의 쓰러질 지경이 되었다.
하라쥬꾸에 살 게 많은데 혹시 돈이 모자를까봐 미리 걱정이 되어 한 푼이 아까웠다.
지하철에 앉아 잠시 쉬고 하라쥬꾸역에 도착했다.
그런 번화가에 메이지 신궁 같은 고즈넉한 곳이 어마어마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맘에 드는 여행지, 메이지 신궁!
그 흔하디 흔하던 자판기 한 대가 없고 오로지 신궁만을 위한 공간.
12만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다는데, 하나같이 큼직큼직한 게 브라질에 있다는 아마존이 이렇지 않을까 싶게 울울창창했다.
온 데가 금연구역이라 공기도 맑고 숲이 뿜어내는 신선한 산소 덕에 산책 한 번 멋지게 했다.
특히 그 '도리이'라 불리는 재(再)자 비스무리한 것은 사람을 압도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을 본따 만든 듯한 쪼맨한 금지표지판은 귀여웠고.
메이지 신궁을 나와 본격적으로 쇼핑가를 헤집고 다녔다.
번화가인 타께시따도리의 저렴한 가게들을 샅샅이 훑었다.
발바닥의 통증이 가슴께까지 번져오는 데도 꾹 참고 걸었다.
쉬다가 일어나면 고통이 더해서.
한 쇼핑몰 1층에서 곰 모양 열쇠고리의 발 한짝을 고장냈는데 (떨어진 발 한짝은 진열대 아래로 쏙 들어감)
당황하지 않고 태연히 4층까지 둘러보는 대담함도 보였다.
(사실 속으로는 CCTV 어디 없나. 인터폴에 잡혀 가는 거 아닌가 별 생각을 다 했다)
당황해야 할 순간에 당황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고수(?)라며.
또 몇 엔 아껴보겠다고 시부야까지 걸었는데,
걷다가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