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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2학년 때인가 서울역까지 가는 길이었는데 남산타워가 시야에 들어왔다. 갑자기 운전하던 이가 "저게 남산타워에요!"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심사가 곱지 않은 우리들은 "어머, 그럼 저게 남산이야?" "그렇지. 남산타워가 있는 산이 남산이겠지. 용두산타워가 있는 산이 용두산이잖아"라는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우리를 지나치게 촌놈 취급하는 것을 비아냥거렸다.
용두산타워
저것은 용두산타워다. 부산 사는 25여년간을 단 한 번도 저 곳에 전망대가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타워 중간 기둥으로 엘리베이터가 다니는 것이다.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120M 높이의 타워에 올라갔다.
아니, 이럴 수가... 닦은지 언제인지 알 수도 없이 뿌연 통창으로 둘러싸인 전망대라니... 게다가 우산처럼 가장자리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더 좋은 사진들을 건질 수 있었으나... 이 놈의 다리 두짝이 꼼짝을 않아 기둥 옆에 붙어 촬영을 해야했다. 분식 종류를 판매하는 곳이 있었는데, 그 곳을 지키는 여직원은 창가에서 오락을 즐기는 내공을 보여주었다.
남근목
오호라~ 용두산에 올라 가장 큰 수확이라 할 만한, 이 양기 그득한 나무. 분명히 없었던 것 같은데... 누가 갖다 심은건지, 가지가 엇나가게 자란 건지... 여튼 그 모양 한 번 참...
용두산 에스컬레이터
두번째 타 본 용두산 에스컬레이터. 이렇게 길지 않았는데... 분명히 무지 짧았던 거 같은데...
부산지하철 1호선
부산지하철이 서울지하철에 비해 통로가 좁다고들 한다. 인구가 더 적으니 그래야 하는 것이 맞겠지... 안락한 부산지하철... 시청역에서는 부산찬가가 흘러나온다. "~갈매기떼 나는 곳, 동백꽃도 피는 곳, 아아~ 너와 나의 부산~"
누가누가 더 기나
분명히 내가 키가 더 큰데 다리 길이가 비슷하다. 뭔가 잘못됐다. 내 다리가 짧거나 허리가 긴 것이 아니라 선배의 다리가 비정상적으로 긴 거다. 청바지가 무지 잘 어울리는 선배의 긴 다리... 앞으로 같은 바지 입어서 자폭하는 일은 삼가야겠다.
커플 트레이닝 바지 입고 숙소에서 한 컷!
자갈치역의 paranoid
기념삼아 자갈치역 전화번호까지 넣어서 찍은 사진. 선배는 수동카메라를 가지고 와서 가끔 무거워했다. 왜 한 번도 들어달라고 하지 않았을까. 내가 많이 아파서 그랬을 거다. 아프지 말아야지^^
수묵견
자갈치공판장 옆 주차장을 지키던 녀석. 황구와 놀고 있는 모습이 재미나 보여 가까이 다가가 촬영을 시도해 보았다. 갑자기 황구가 내 앞을 휭~하니 지나갔다. 아, 그 순간의 소름. 그렇게 큰 녀석을 풀어놓다니.
아저씨가 무어라고 개에 대한 설명을 해주셨다. 기억이 안난다. 한번에 두 가지 일을 못하는, 그래서 오락 무지 못하는 say...
해운대 돌고래
처음에는 막 웃다가 갑자기 의문이 생겼다. 해운대에 돌고래가 사나? 태평양이 코 앞이니까 어쩌면 살 수도 있겠구나. 서해안에는 상어도 나타난다고 하는데 해운대라고...
그래도 긴 막대에 꽂혀 있는 돌고래는 이쑤시개에 찔린 떡볶이 같았다. 하늘을 나는 가슴 찔린 돌고래... 혼자가 아니라서 슬퍼보이지 않았나.
광안리 야자수
완전히 동남아다. 두 그루나 심겨 있다. 관광부산을 위한 눈물나는 노력이긴 하나 그 김에 용두사타워에도 신경썼으면 한다. 관광왜인구단들이 엄청 올라오던데... 사실 좀 족팔렸다. 그 70년대식 액자와 낡은 시설물에...
이리하여... 재미난 부산놀이는 끝을 내렸다. 1박 2일을 3박 4일쯤으로 느끼게 한 건 아침 첫기차로 내려가 저녁 막기차로 올라왔기 때문일 거다. 거사도 치루고 많이 보고 많이 먹고 온 알찬 여행...
선배가 그랬다. 서울에서 나서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은 고향 개념이 없는 거 같다고... 서울지리를 잘 알고 서울친구도 많은 선배가 부러웠었는데... 나에게는 고향이 있는 것이다.
든든한 바다와 오지랍 넓은 부산 사람들... 볼 수 없어도 있는 것만으로도 참 기분 좋아진다. 이래서 사람들은 지연을 버리지 못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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